[경제용어] 치킨게임(chicken game)
치킨게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닭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치킨게임은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어 피하는 쪽이 겁쟁이가 돼 지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치킨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치킨이 ‘겁쟁이’를 뜻하는 속어로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겁쟁이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의 갱이나 반항적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습니다.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보면 두 젊은이가 각자 차를 몰고 결투를 벌이듯 절벽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먼저 멈추는 사람이 지는 치킨게임인 것입니다.
어떤 형태의 치킨게임이든지 한쪽이 물러서거나 양보하지 않으면 둘다 파국으로 치닫게 마련입니다. 이런 치킨게임에서 이기는 비결은 배짱이겠죠.
하지만 이 때의 배짱은 지혜와 치밀한 분석에 따른 필승 전략이 아니라 막무가내의 만용일 뿐입니다. 아무리 용감해도 죽고 나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치킨게임은 정치, 경제용어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은 치킨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서로 경제가 기울 정도로 신무기 개발에 돈을 쏟아 붓다가 결국 한쪽(소련)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경제 쪽에선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선두 기업이 경쟁자들을 몰아낼 때 주로 이 전략을 사용합니다. 200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공급과잉이 심각했죠.
그 때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설비를 늘리고 반도체 가격을 내리면서 치킨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삼성이 내리니 다른 외국업체들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지금은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몇몇 업체만 남았습니다.
치킨게임은 잘못하면 같이 망하지만 경쟁 기업이 무너지면 시장의 강자로 살아남아 더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휴대폰 보조금 전쟁을 벌이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경제 ‘생활에서 배우는 경제상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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