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나는 ‘연금’을 언제부터 받을 수 있을까
‘직장에서 퇴직하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이렇게 물으면 매달 받던 월급이 그립다고 답하는 퇴직자들이 많다. 퇴직자들이 월급의 빈자리를 대신할 연금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금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다.
❍ 국민연금 수급은 언제 개시하는 게 유리한가?
❍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주택과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이러한 궁금증을 간단히 알기 쉽게 정리해 봤다.
1. 노령연금은 당겨 받을까, 미뤄 받을까
은퇴자의 주요한 노후 생활비 재원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부터 살펴보자.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수령하는 연금을 노령연금이라 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되면 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을 갖는다.
본래 노령연금은 60세부터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53년생부터 단계적으로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해서,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65세에 노령연금을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때부터 노령연금을 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희망하면 노령연금을 5년 앞당겨 수령할 수도 있고, 반대로 5년 뒤로 늦춰서 수령할 수도 있다.
1969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60세에서 70세 사이에 수급 개시 시기를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10년이면 짧지 않은 기간이다. 그렇다면 노령연금을 당겨 받아야 할까, 미뤄 받아야 할까.
먼저 가입자의 소득을 살펴야 한다. 본래 개시 시기보다 앞당겨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것을 ‘조기노령연금’이라고 한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려면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소득이 아예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한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이 국민연금의 ‘A값’보다 적으면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소득 월액을 평균한 것이다. 올해 A값은 월 268만1724원이다.
조기노령연금과 반대로 노령연금 연기제도를 이용하면 수급 시기를 최대 5년간 뒤로 늦출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연금 개시 시기를 늦춰야 할 이유가 있을까. 노령연금 수급자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면 연금을 감액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으면 감액되는 연금도 커지는데, 노령연금 수령액 절반이 감액될 수 있다. 감액 기간은 연금 개시 후 5년간이며, 이후 정상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노령연금 연기제도를 이용해 연금 개시 시기를 5년 늦추면 이 같은 감액 기간을 피할 수 있다.
노령연금 개시 시기를 당기고 늦추면 연금 수령액이 변화한다. 노령연금 개시 시기를 1년씩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6%씩 줄어든다. 따라서 노령연금을 5년을 앞당겨 수령하면 연금액이 30% 감액된다.
반대로 노령연금 개시를 1년 늦출 때마다 연금이 7.2%씩 늘어난다. 따라서 수급 시기를 5년 늦추면 노령연금을 36%나 더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을 당겨 받는 게 유리할까, 늦춰 받는 게 유리할까?
대답은 연금 수령자가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달렸다.
가입자가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연금 수령액을 누적해서 비교하면 당겨 받기보다는 제때 받는 게 유리하고, 연기하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건강상태와 연금 외 다른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노령연금 개시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2. 연금계좌 적립금은 언제 연금으로 인출할 수 있나
노후 준비와 절세를 함께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다. 이 둘을 합쳐 연금계좌라고 한다.
연금계좌에는 매년 18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고, 최대 700만 원(50세 이상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적립금과 이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은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면 연금계좌에서는 언제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연금계좌 가입일로부터 5년이 지나고, 가입자가 55세 이상이면 연금을 개시할 수 있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 이상 감면받을 수 있다. 연금계좌에 퇴직급여가 이체된 경우 가입 기간과 무관하게 55세 이후 언제든지 연금을 개시할 수 있다.
따라서 55세 이후에 퇴직하는 근로자는 새로 개설한 연금계좌에 퇴직금을 이체하고 바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
3. 주택과 농지를 담보로 언제 연금을 받을 수 있나
은퇴자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으로 주택연금이 있다. 주택연금을 받으려면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부부 중 연장자가 55세를 넘어야 한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담보주택 가격과 가입자 나이에 근거해 결정된다. 이때 담보주택 가격은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가입자 나이는 부부 중 연소자를 기준으로 한다.
담보주택 가격이 동일하면 나이가 많을수록 연금을 더 받는다. 예를 들어 시가 6억 원 일반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종신지급방식(정액형)으로 연금을 수령한다고 해 보자.
이때 부부 중 연소자가 50세면 74만 원, 60세면 128만 원, 70세면 185만 원을 매달 연금으로 수령한다. 가입할 때 연금액이 정해지면 이후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동일한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논, 밭, 과수원과 같이 농사짓는 땅을 담보로 해서 연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를 농지연금이라 한다. 농지연금을 신청하려면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이고, 담보 농지가 소재하는 시군구 또는 그와 접한 시군구에 주소지를 두거나, 주소지에서 담보 농지까지 거리가 30km 이내여야 한다.
그리고 신청 연도 말일 기준으로 농지 소유자가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2022년의 경우 1962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자가 농지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담보로 맡기는 농지 가격이 비쌀수록, 신청자 나이가 많을수록 연금을 많이 받는다. 평가금액 1억 원인 농지를 담보로 종신지급방식 농지연금을 신청하면 60세부터 매달 34만 원의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신청자의 나이가 70세면 매달 42만 원, 80세면 매달 56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 동아일보 [김동엽의 금퇴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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